웹소설

우리 사이, 네살(15)

양호양호 2025. 9. 3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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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진심을 고백했다.

"오늘, 너랑 함께 있고 싶어..."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졌다.

그녀는 아무 대답 없이 고개를 들어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깊고 촉촉한 눈빛 속에는 망설임과 동시에 내가 알 수 없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어

색함이 아닌, 팽팽하게 당겨진 설렘의 긴장감이 우리 사이를 채웠다.

그렇게 숨 막힐 듯한 몇 초가 흐른 뒤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빠와 함께라면... 나도 좋아."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내 귓가에 속삭이는 순간,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우리는 마치 홀린 듯 숙소를 잡았고 침대 위에 마주 누워 서로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그리고 서로를 탐했다.

 

오랜 시간 동안 서로의 모든 것을 더 깊이 알아가던 그 밤의 끝에서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마음을 담아 물었다.

 

"우리, 이제 진지하게 만나볼래?"

 

원래는 먼저 사귀고서 서로를 탐했어야 했지만 그렇기엔 그녀가 너무 좋았기에 뒤늦은 고백을 했다.

 

그녀는 짧게 머뭇거렸지만 이내 눈을 반짝이며 "좋아!" 하고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확신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길고 긴 달콤했던 썸은 마침내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되었다.

 

원하지 않았던 대학에 들어간 그 순간부터 그녀를 만나기 위해 그 모든 시간을 견뎌왔나 싶을 정도로

나는 벅차오르는 행복을 느꼈다.

매일매일이 꿈결처럼 달콤하게 이어졌다.

 

우리가 정식 커플이 된 후 설레는 첫 데이트를 위해 나는 머릿속으로 완벽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친구들은 우리가 언제 사귀냐고 성화였고 사실 모두가 이미 사귀고 있다고 확신해왔던 터였다.

이제야 당당히 손을 잡고 세상에 나설 수 있게 된 우리는 같은 과의 친구 커플과 함께 더블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주말에 우리는 동화 속 세상 같은 에버랜드로 향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가족, 아이, 커플 그 누구와 비교해도 내 옆의 그녀는 단연코 가장 눈부셨다.

내 눈에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누구의 눈으로 보아도 그녀는 에버랜드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자였다.

 

네 명은 쉴 새 없이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활짝 웃는 그녀의 모습 하나하나가 카메라 셔터 소리처럼 내 마음에 박혔다.

 

신나게 놀다 보니 금세 배가 고파왔다.

내가 "점심부터 먹자!"고 외치자 그녀가 수줍게 고백했다.

 

"사실... 오빠랑 친구들 먹이려고 도시락 싸 왔어."

 

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그녀가 얼마나 따뜻하고 소중한 사람인지 그리고 나에게 얼마나 벅찬 선물 같은 존재인지를 깨달았다.

가슴이 찡해지는 감동이었다.

 

우리는 햇살 좋은 벤치에 앉아 그녀의 정성이 담긴 도시락을 열었다.

예쁘게 포장된 음식들을 보며 "이걸 언제 다 준비했어?", "피곤하지 않았어?" 하며 달콤한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다같이 먹고 싶었어. 꼭 해주고 싶었거든."

 

배불리 식사를 마친 후 다시 놀이기구를 타러 갔다.

그녀는 놀이기구를 좋아하면서도 막상 출발하면 내 팔을 꽉 붙잡고 무서워했다.

겁에 질린 채 웅크리는 모습조차 내게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놀이공원을 거닐면서 그녀가 얼마나 순수한 설렘을 가슴에 품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알록달록한 솜사탕, 시원한 슬러시 등 푸드트럭 음식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맛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아이 같았다.

그런 그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겐 가장 큰 행복이었다.

나는 기꺼이 그녀의 슈퍼맨이 되어 먹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사주었고 그녀의 환한 웃음을 보며 사랑이 가득 찬 충만함을 느꼈다.

 

초저녁이 되자 우리 커플과 친구 커플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어졌다.

피곤했지만 그녀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차 안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

어떤 놀이기구가 제일 짜릿했는지, 그녀의 도시락 중 어떤 음식이 가장 맛있었는지를 되짚으며,

벌써부터 "다음엔 다른 놀이공원 가자!"고 미래의 데이트를 약속했다.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지만 우리는 차마 헤어질 수 없어 시동을 끄고 한참을 더 앉아 있었다.

 

다음 데이트는 어디로 갈지, 주말에는 뭘 할지, 달콤한 고민 속에서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몰랐다.

 

긴 대화가 끝난 후 우리는 아쉬움을 담아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 짧은 입맞춤 속에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집에 도착해 잘 들어갔다고 그녀에게 연락을 했고 다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문득 썸을 탈 때보다 정식으로 사귀고 연락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벅차게 즐거운 일이구나 깨달았다.

 

나의 완벽하고 행복한 하루가 끝이 났다.

내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녀에게 연락할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그 설렘을 끌어안고 달콤한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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