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우리 사이, 네살(12)

양호양호 2025. 7. 3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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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격증 시험 결과는 아쉽게도 불합격이었지만...

물론 실망감이 없던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라는 자세로 강의가 끝나면 너나 할 것 없이

강의실에 남아 공부하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텅 빈 강의실에서 단둘이 책을 펼쳐 놓고 서로 모르는 것을 물어봐 주고 작은 칠판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해 주는 시간은 어느새 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복잡한 공식 대신 오가는 눈빛 속에서 풋풋한 설렘이 피어났다.

 

그렇게 공부에 매진하던 어느 날, 학교 주변에 큰 쇼핑몰이 새로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강의가 끝나고 가방을 챙기던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 혹시 학교 옆에 새로 생긴 쇼핑몰, 한번 가볼래?"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나도 궁금했는데! 같이 가볼까?" 그녀의 환한 미소에 내 마음은 콩닥거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쇼핑몰로 향하는 길, 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처음에는 살짝 놀란 듯했지만 이내 부드럽게 맞잡아 주는 그녀의 손에 온몸에 짜릿한 전기가 통한 듯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손을 잡고 걷는 발걸음은 더없이 가볍고 행복했다.

우리는 쇼핑몰을 둘러보며 아기자기한 소품샵부터 반짝이는 액세서리 매장까지, 눈길 가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남녀 의류 매장에 들어섰는데, 그녀는 노란색 니트 가디건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반짝이는 눈으로 옷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나는 옷보다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만 시선이 고정되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는 "음... 일단 다른 곳도 구경하자!"라며 아쉬운 듯 발걸음을 돌렸다.

 

잠시 후 나는 그녀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쇼핑몰 안 벤치에 앉혀두었다.

그리고는 곧장 아까 그녀가 아쉬워하던 노란색 가디건을 팔던 매장으로 달려갔다.

망설임 없이 그 가디건을 구매한 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그녀에게 돌아갔다.

 

나는 활짝 웃으며 쇼핑백을 그녀에게 불쑥 건넸다.

그녀는 이게 뭐냐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쇼핑백을 받아 들었다.

안을 확인한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깜짝 놀랐다.

"오빠! 이거 뭐야! 안 줘도 되는데! 얼른 환불해!"

그녀의 진심 어린 말에 나는 또 한 번 그녀의 착한 심성에 반해버렸다.

 

나는 그녀에게 다정하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네가 너무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내가 꼭 주고 싶어서 주는 거야. 편하게 받아주면 좋겠어."

그녀는 살짝 볼을 붉히며 고맙다고 속삭였다.

 

그 후에 우리는 다시 손을 잡고 쇼핑몰 안을 구경했다.

그때 유명한 영화가 개봉했다는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설레는 마음을 감추고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시간 괜찮으면 영화 보고 갈 수 있을까?"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환하게 웃으며 "좋아! 영화 보고 가자!"라고 답했다.

 

우리는 쇼핑몰 최상층에 위치한 영화관으로 이동하여 떨리는 마음으로 영화를 예매했다.

우리의 첫 영화관 데이트가 드디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영화 자체는 무서운 영화는 아니었지만, 담긴 내용이 워낙 깊고 결말 또한 열려 있어서 영화에 온전히 집중해야만 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집중하기보다는 영화 속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옆자리에 앉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놓지 않았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니 할 이야기가 정말 많았다.

 

나는 그녀에게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고, 그녀는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야, 밤늦었는데 데려다줄 거야."

 

결국 그녀는 나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우리는 손을 잡고 그녀의 집까지 걷기 시작했다.

영화의 열린 결말과 다양한 해석의 여지 덕분에 우리는 영화에 대한 토론을 멈추지 않았다.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즐겁게 걸어가는 시간은 왜 그리 짧게 느껴지던지.

 

그러다 나는 그녀의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그녀에게 잠시 앉아서 쉬었다가 갈래 하고 물었다.

그녀는 알겠다고 했고, 우리는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쉬었다.

벤치에 앉아 우리는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나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 그리고 그 가디건, 꼭 예쁘게 입어줘."

 

잠시 하늘을 바라보던 나는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향했다.

그리고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처음에는 살짝 망설이던 그녀도 이내 부드럽게 입술을 포개왔다.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그녀도 나도 서로 간의 입맞춤이 익숙해졌고, 함께 걸을 때 자연스럽게 손을 잡는 것도 편안해졌다.

 

물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우리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며 꼭 사귀라고 말할 정도였다. 서로 정식적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사실상 이미 연인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서로에게 입을 맞추고 나는 그녀가 집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면서도 나는 그녀와 계속해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그녀는 오늘 내가 사준 민트색 가디건을 입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었다.

거울 앞에서 살짝 부끄러운 듯 미소 짓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사랑스러웠다.

그녀가 보내준 사진 덕분에 집에 가는 길은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핸드폰 속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푹 빠져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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