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우리 사이, 네살 (9)

양호양호 2025. 6. 2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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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고백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매일 이어지던 나의 연락은 며칠간 멈춰버렸다. 

결과를 알고 싶지 않았던 걸까? 그녀가 그 고백을 받아들여 이미 누군가의 연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걸까?

며칠의 침묵 끝에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대학 졸업 전 자격증을 따기 위해 홀로 카페에 앉아 공부를 하려 애썼지만 그녀의 생각은 끊임없이 나를 헤집어 놓았다.

책상에 펼쳐진 전공 서적은 의미 없는 그림처럼 느껴졌고 집중하려 할수록 그녀의 얼굴이 더욱 선명해졌다.

결국 일주일을 채 버티지 못하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뭐 해?"

 

답장을 기다리는 10분은 마치 한 시간 같았다. 그녀는 여전히 메시지를 읽지 않고 있었다.

기다림에 지쳐 다시 책을 펼친 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드디어, 그녀에게 답장이 왔다!

마치 기적 같았다...

그녀는 그 친구에게 친구로 남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세상이 다시금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잘했어." 나는 진심을 담아 답장을 보냈다. 

"네가 생각할 때 불편한 건 확실하게 표현하는 게 좋아. 그래야 상대방도 확실히 받아들일 수 있어." 

하지만 그녀는 너무 착한 탓일까. 계속해서 자신을 자책했다.

 

 그녀의 마음을 풀어주고 싶어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스트레스 좀 풀러 갈까? 뭐 하고 싶어?" 

 

그녀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망설였다.
"그럼 우리, 애견카페 갈래?" 

나의 제안에 그녀가 기뻐하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좋아!!!" 나는 곧바로 인터넷을 검색해 그녀의 집 근처 애견카페를 찾아보았다.

거리가 조금 있는 것을 확인하고, 우리는 수원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바로 준비할게!" 그녀의 발랄한 답장에 나 역시 서둘러 집을 나섰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수원역에 도착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나 거의 다 왔어!" 그녀가 너무도 밝게 대답했다.

 

저 멀리서 그 누구라도 시선을 빼앗길 만큼 사랑스러운 여자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외쳤다. "잘 왔어! 스트레스 풀러 가자!"

애견카페는 그녀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처음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수많은 강아지들이 꼬리를 흔들며 우리를 반겼다.

그녀는 강아지들과 함께 뛰어놀며 아이처럼 기뻐했다.

"나 어릴 때부터 강아지 진짜 키우고 싶었는데…." 그녀의 말에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 꼭 그녀와 닮은 귀여운 생명체를 선물해 주겠노라고...

신나게 뛰어놀다 보니 어느덧 해가 졌다. 

애견카페를 나설 때 나는 그녀가 작은 강아지들보다 중형견을 훨씬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눈빛은 비숑프리제를 향할 때 가장 빛났다.

아담하고 하얀 그녀의 모습과 비숑프리제는 어딘가 모르게 참 잘 어울렸다.

 

내 마음속 수첩에 그 사실을 고이 새겨 넣었다.

저녁을 먹기에는 지하철이 끊길 시간이었다. 우리는 저녁을 포기하고 함께 지하철역까지 걸었다. 

함께 뛰어놀았던 강아지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길이 전혀 아쉽지 않았다. 

"어떤 강아지가 제일 귀여웠어?" 

나의 질문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비숑프리제!"라고 답했다.

그녀의 순수한 미소에 내 마음은 다시 한번 흔들렸다.

걷다가 나는 그녀에게 자격증 준비는 시작했는지 물었다. 

 

그녀는 아직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했다. 

"어떤 진로를 생각하는데?" 

내 물음에 그녀는 바로 답했다.

 

"플로리스트!!"

 

고등학교 때부터 꽃을 보고 예쁘게 꾸미는 게 너무 좋아서 플로리스트가 되겠다고 다짐했단다.

"너 정말 플로리스트 잘 어울릴 것 같아" 진심으로 그녀를 응원했다.

 

그녀는 내게 자격증 준비는 잘 되고 있냐고 물었다.

나는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세 가지 자격증 중 대기환경 자격증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수질 환경보다 '덜 지저분한 것들을 만진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지하철역에 도착해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길을 나섰지만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았다.

오늘 어땠는지, 애견카페에 또 가자며, 우리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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