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짧지만 강렬했던 둘만의 여행이 끝났지만, 그 여운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학업과 친구들 사이에서 빛나는 대학 생활을 이어갔고 나는 학비를 벌기 위한 학생 활동과 주말 아르바이트로 숨 가쁜 나날을 보냈다.
대학생활 2년차 그녀는 학교생활 틈틈이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는 부모님의 일을 도우며 지냈다.
물리적인 거리가 생겼지만 나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그녀와 더 가깝고 싶었다.
여전히 내 마음속 깊이 자리한 그녀를 향한 그리움은 멈출 줄 몰랐다.
틈만 나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그녀는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언제나 따스하게 답해주었다.
저녁 10시 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연락했다.
손끝이 떨렸지만 꾹 참고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한강에 야경 보러 갈래?"
그녀의 답장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다가왔다.
수원에서만 살아 한강 야경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던 그녀는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궁금증으로 가득 찬 답장을 보냈다.
"언제 갈래?"
나는 언제쯤 갈 수 있을지 묻자 그녀의 대담한 답변이 나를 놀라게 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한강에서 야경을 보고 싶어"
너무 늦은 시간이라며 다음을 기약하는 게 어떻겠냐는 나의 조심스러운 제안에도 그녀는 단호했다.
"괜찮아 오빠! 부모님 몰래 나가서 한강 구경하고 오빠가 집에 데려다주면 되잖아!"
그녀의 말 한마디에 나의 세상은 일순간 멈춰 버린 듯했다.
벅차오르는 행복감에 이 순간이 영원히 멈추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녀는 곧바로 준비하겠다고 했고 나는 행복감에 손이 떨려왔다.
나는 부모님의 차를 몰고 그녀가 내리기로 한 역으로 향했다.
약 한 시간 후,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나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내 눈에 담겼다.
우리는 그렇게 둘만의 비밀스러운 한강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차 안에서 나는 그녀에게 어떻게 이렇게 바로 나올 생각을 했는지 물었다.
그녀는 그저 내가 가자고 했을 때 자신도 한강 야경이 너무 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오빠와 함께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매번 느끼는 부분이지만 그녀는 정말 듣는 사람을 한없이 기분 좋게 만드는 마법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말 한마디에 나의 세상은 온통 그녀의 따스한 빛으로 물드는 듯했다.
나는 운전하며 그녀에게 한강 야경을 어디서 보고 싶은지 물었다.
한강에 대해 잘 모른다는 그녀는 "오빠가 추천하는 곳으로"라고 답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한강 반포지구를 추천했다.
그곳이 얼마나 아름답고 낭만적인지 설명하자 그녀의 눈이 호기심과 설렘으로 반짝였다. 그렇게 우리는 한강 반포지구에 도착했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야경 속을 나란히 걸었다.
지난 대천 해수욕장에서처럼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에 내 온몸의 세포가 살아나는 듯했다.
그녀는 내 손길이 싫지 않은 듯 손을 빼지 않았고 우리는 곧 자연스럽게 깍지를 낀 채 밤공기를 가르며 걸었다.
이 밤의 모든 공기가 우리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한 시간여를 걷다가 반포지구의 벤치에 앉았다.
손을 꼭 잡은 채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과 강물에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녀와 두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우리는 제대로 된 대화 없이도 오랜 시간을 걷고 구경했다.
마음이 깊이 통해버린 걸까? 침묵조차 완벽한 언어가 되어 우리 사이를 맴돌았다.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듯했다.
걷고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동시에 허기가 졌다.
그녀에게 먹고 싶은 것을 묻자 평소 한강에서 치킨과 맥주를 꼭 먹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바로 치킨을 주문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근처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 캔과 제로 알코올 맥주 한 캔을 샀다.
약 20분 후 따끈한 치킨이 도착했다. 나와 그녀는 각자의 맥주캔을 따서 경쾌하게 '짠'하며 건배했다.
캔이 부딪히는 소리가 밤하늘에 작은 축제처럼 울렸다.
치킨을 먹으며 우리는 "오늘 야경 정말 예뻤다"는 말부터 최근 학교생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소소하지만 다정한 대화들을 주고받았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밤하늘을 더욱 환하게 밝혔다.
치킨을 다 먹고 쓰레기를 정리한 후 우리는 자동차 시트를 뒤로 눕혀 한강의 밤하늘을 조금 더 감상했다.
그 때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다시 잡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녀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가져다댔다.
심장이 터질 듯 울렸다. 그녀는 아무런 거부 없이 나의 입맞춤을 받아주었다.
자동차 안,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우리 둘만의 공간에서 우리는 숨이 멎을 듯한 오랜 시간 동안 입을 맞추었다.
나에게는 정말이지 꿈같은 순간이었다. 이 행복을 영원히 지켜나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가슴 깊이 새겨졌다.
황홀한 입맞춤이 끝나고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부끄러운 듯 서로를 마주하지 못했다.
조용히 나는 그녀의 집으로 차를 운전하며 향했다.
그녀의 집은 한강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였지만 그 시간은 나에게 너무도 짧게 느껴졌다.
이 드라이브가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랐지만 어느새 우리는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오늘 정말 즐거웠고 다음에 또 함께 가자고 이야기했다.
그녀 역시 너무 좋았다며 다음엔 또 어디로 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했다.
그녀를 데려다주고 홀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벅차오르는 감동과 함께 수많은 생각에 잠겼다.
언제쯤 그녀에게 고백해서 우리가 연인이 될 수 있을까? 다음에는 또 어디로 그녀와 함께 떠나야 할까?
그녀를 알기 전까지 대학 생활은 아무런 기대도 없던 내게 그녀는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는 가장 찬란하고 설레는 순간을 선물했다.

이 행복한 순간들이 언제나 계속될 수 있기를 기도하는 밤이었다.
'웹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우리 사이, 네살 (9) (4) | 2025.06.29 |
|---|---|
| 우리 사이, 네살 (8) (5) | 2025.06.22 |
| 우리 사이, 네살 (6) (0) | 2025.05.26 |
| 우리 사이, 네살 (5) (2) | 2025.05.19 |
| 우리 사이, 네살 (4) (0) | 2025.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