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우리 사이, 네살 (3)

양호양호 2025. 5. 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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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연인 같으면서도 친구 같은 마음으로 준비한 작은 선물을 전한 뒤, 나는 예전보다 더 깊이 그녀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머릿속은 온통 그녀로 가득 차 버렸고, 사소한 일상조차 그녀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대학 1학년은 어느새 끝나가고 있었다...

 

우리 학과에는 2학년이 되면 진로에 따라 반을 나누는 전통이 있었는데, 나는 간절히 바랐다.

제발, 부디 그녀와 같은 반이 되길. 떨어지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아려왔다.

 

그리고 맞이한 대학 2학년의 첫날, 반 배정 결과가 발표되었다.

믿을 수 없었다. 정말로 『연금술사』에서 읽었던 그 문장이 사실이었던 걸까?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의 문구가 나에게도 적용이 되었다.

행운처럼 그리고 기적처럼 우리는 같은 반이 되었다.


내 2학년은 그렇게, 행복으로 가득 찬 시작을 맞았다.

 

그러나 나는 그해 학생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집안의 형편 때문에 학비를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었고, 마음 한켠이 허전해졌다.

그래도 나는 틈나는 대로 그녀를 찾아가려 애썼다. 우리 사이에 생긴 작은 거리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어느새 2학년이 끝나갈 무렵, 문득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 여행 가고 싶어.”

순간, 마음이 두근거렸다.

나는 용기를 내어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그녀는 정중하게 나에게 거부의사를 표현했다.

남녀 단둘이 떠나는 여행, 부담스럽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며칠 뒤,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때 말했던 여행… 같이 갈래?”

세상이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녀의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내겐 충분했다. 그녀와의 여행에서 그녀의 육체를 탐하려는 욕심 따위는 없었다.

그녀라는 존재 그 자체가 나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귀한 선물이었으니까.

 

그날 저녁 우리는 카페에 마주 앉아 여행 계획을 세웠다.
나는 노트북을 펴고 지도를 보고 있는데, 그녀가 그녀의 작은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었다.

“여기 어때? 대천해수욕장.”

 

그 순간, 그녀의 웃음과 설렘이 내 마음속에 파도처럼 밀려왔다.
우리는 그곳에서의 추억을 상상하며, 놀거리와 맛집을 하나하나 찾아보았다.

이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내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우리 둘만의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다음 주, 마침내 그녀와 나는 기차여행을 떠났다.
기차역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나는, 멀리서 걸어오는 그녀를 본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하얀 원피스 자락이 봄바람에 살랑이고, 햇살은 그녀를 한층 더 눈부시게 비추고 있었다.
기차역 안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그 순간, 나는 또다시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내 시선은 그녀에게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었고, 가슴은 조용히 두근거렸다.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우리는 마치 오랜 연인처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소소한 일상부터 어린 시절의 추억,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까지.
그녀의 웃음소리는 기차의 덜컹이는 소리보다 더 또렷하게 내 마음속을 울렸다.

 

대천해수욕장에 도착해서 우리는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그녀는 깔끔하고 화려한 호텔보다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민박을 원했다.

 

그녀가 말했다. “민박처럼 평소에 경험하지 못하는 곳에서 생활해야 추억으로 남을거 같아”
그 말에 나도 미소가 지어졌다.

 

약 한 시간을 헤매다가, 오래되고 허름하지만 정감어린 민박집을 발견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여행은 편안함이나 화려함이 목적이 아니라, 그녀와 함께 걷고 웃고, 작은 것 하나도 마음에 새기는 여정이라는 것을.

 

저녁 무렵, 우리는 해변을 걸었다.
노을빛이 바다에 내려앉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물결처럼 퍼졌다.
나와 그녀는 맨발로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환하게 웃었다.


“누군가와 둘이서 여행 오는 건 처음이야.”
그 말에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 여행이 그녀에게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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